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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장 해야 할 일

지구를 살리기 위한 교두보 중 하나로 등장한 SBTi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기업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검증하는 글로벌 연합 기구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C로 제한하기 위한 캠페인을 주도한다. ‘2050 넷제로Net-Zero’의 목표와 그 가치, 세계의 트렌드를 소개한다.

©GettyImagesKorea

오늘 당장 해야 할 일

파리 협정과 SBTi

온실가스를 어떻게 감축할 것인가. 이 화두를 놓고 전 세계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지구 기온을 낮추는(적어도 상승 폭을 둔화시키는) 일과 직결된다. 미래 인류, 어쩌면 지금의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지를 쥐고 있는 핵심 키워드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난 40년 동안 계속해서 상승했다. 산업화 시대 이전과 비교하면 2006~2015년의 10년간 0.87℃ 올랐고, 2011~2020년의 10년간 1.09℃ 올랐다. 최근으로 올수록 기온 상승률은 더 가파르며, 임계점을 넘어서면 기온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이 시각에도 전 지구적으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대형 산불, 폭우와 홍수는 글로벌 뉴스의 단골 테마다. 앞으로는 기상이변을 넘어 식량 문제, 환경 피해 등으로 문제가 확산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기후변화회의의 일환으로 에펠탑에 ‘탈탄소화DECARBONIZE’라는 슬로건을 투사한 모습.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기후변화회의의 일환으로 에펠탑에 ‘탈탄소화DECARBONIZE’라는 슬로건을 투사한 모습.

이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10년 전 각국이 모여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을 체결했다. 오랜 기후 협의에 따라 최종적으로 도출한 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위한 글로벌 합의안이다.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기후변화회의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6개 국가가 채택하고 2016년 11월 4일에 발효된 파리 협정을 기점으로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갈 수 있었다. 파리 협정에서 도출된 합의 사항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목표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점점 더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상황을 그대로 두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펼쳐질 수 있으니, 그것을 막기 위한 교두보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라는 제한선이 확정된 것. 1.5℃ 제한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수많은 허들이 있다. 장애를 뛰어넘어 파리 협정을 준수하는 일은 나라별로, 또 기업별로 제각기 당면한 과제가 됐다.

제21차 세계기후변화회의 기간 중 북극곰 의상을 입은 환경 운동가들이 1.5℃라는 목표를 강조하고 있다.
제21차 세계기후변화회의 기간 중 북극곰 의상을 입은 환경 운동가들이 1.5℃라는 목표를 강조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당사자들, 즉 각국의 기업들은 파리 협정이 발표된 후 고민에 빠졌다. 제일 난감한 것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과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었다. 어떤 기준에 맞춰 온실가스를 줄여나가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주기 위해 등장한 것이 SBTi다. ‘과학 기반 목표 이니셔티브Science-Based Target Initiative’는 최신 기후 과학을 반영한 온실가스 감축 방법론을 제시하고 모범이 되는 사례를 제공하는 등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국제기관이다.

SBTi는 세계자원연구소WRI, 세계자연기금WWF, 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 탄소공개프로젝트CDP, 위 민 비즈니스 연합We Mean Business Coalition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여기에 이케아 재단, 아마존, 베이조스 지구 기금 등이 핵심 기금을 냈고 그중 이케아 재단은 지금까지도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록펠러 형제 기금과 무어 재단 등 프로젝트별 기금 후원자도 많았으며 지금은 기후 아크와 라우디스 재단이 참여하고 있다. 2015년 설립된 SBTi는 그 목표가 분명하다. 파리 협정에 맞춰 기업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SBTi는 2025년 현재 본사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약 200명의 직원이 근무하면서 세계 각 기업이 설정한 기후 목표를 검증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지구를 식히는 넷제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온실가스다. 그중에서도 탄소가 가장 큰 파괴력을 지닌다. 여기에서 출발한 개념이 ‘탄소 중립Carbon Neutrality’이다. 탄소 중립은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배출되는 탄소는 흡수 또는 제거함으로써 ‘순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다른 말로 ‘탄소 제로Carbon Zero’ 또는 ‘넷제로Net-Zero’라고도 한다.

넷제로는 탄소의 순배출량을 0으로 수렴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인류가 끊임없이 생산과 소비 활동을 벌이고 있는 지금 넷제로가 과연 가능할까? 삼림 자원 등으로 탄소를 흡수하거나 공기 중 탄소를 포집해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하는 일 등은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넷제로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발생시키는 탄소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 그러기 위해 다방면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공기 중에서 직접 탄소를 포집하는 기업도 생겼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설립된 스타트업 클라임웍스가 아이슬란드에서 운영 중인 세계 최대의 탄소 제거 시설 ‘매머드’.
공기 중에서 직접 탄소를 포집하는 기업도 생겼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설립된 스타트업 클라임웍스가 아이슬란드에서 운영 중인 세계 최대의 탄소 제거 시설 ‘매머드’.

많은 나라가 현재 ‘2050 넷제로’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파리 협정 이후 나라별로 어떻게 탄소 배출을 줄일 것인지 계획안을 작성해 5년마다 보고하도록 했는데,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으며 2030년까지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국가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감축률이다. 정부의 기조에 맞춰 ‘2050 넷제로’를 선언하는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도 점차 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기업과 SBTi의 협업 관계가 중요해진다. SBTi는 선제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최적의 수단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SBTi를 통하면 넷제로 경제에 맞춰진 비용 분석이 가능하다. 기업은 이를 통해 장기적인 측면에서 기업의 넷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SBTi의 과정을 따르는 것이 번거롭고 복잡하지만 이를 감당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도 많다. ESG가 대세가 된 지금, 탄소 감축을 향한 해당 기업의 노력을 외부에 구체적으로 홍보할 수 있으며 기업의 정책 결정자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회사의 브랜드 평판이 높아지고 투자자와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아지면 기업 경쟁력 상승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SBTi도 기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기업은 감축 목표 설정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 과정이 이뤄지면 SBTi가 산업 특성에 맞춰 감축 목표 기준을 제공한다. 기업은 SBTi가 제시한 기준과 절차를 따라 목표를 이행하고 그 내용을 외부에 발표함으로써 절차를 준수하는 의무를 진다.

지구온난화를 막거나 늦추기 위해 ‘지구 시민’의 일원으로서 기업이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기 위한 넷제로의 실천이다. 현재 SBTi 기업 참여율은 계속해서 늘고 있으나 우리나라 기업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움직임이 더딘 편이다.

넷제로의 핵심은 전 지구적인 협력이다.
넷제로의 핵심은 전 지구적인 협력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글로벌 R&D 허브 한국테크노돔은 ‘에너지 및 환경 디자인 리더십LEED’의 골드Gold 인증을 받은 친환경 건물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글로벌 R&D 허브 한국테크노돔은 ‘에너지 및 환경 디자인 리더십
’의 골드Gold 인증을 받은 친환경 건물이다.

게다가 넷제로는 SBTi 가입 및 목표 설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목표에 대한 승인을 획득하고 계획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SBTi는 단기Near Term와 장기Long Term라는 두 가지 목표에 대한 승인을 부여한다. 2025년 3월 15일 현재 전 세계 7376개, 국내 51개의 기업이 단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승인받았으며 그 시점은 대부분 2030년이다(금융기관 등 일부 기업은 더 이른 경우도 있고 또 다른 일부 기업은 더 느린 시점으로 승인받았다).

장기 목표가 바로 ‘2050 넷제로’인데, 현재 넷제로 목표까지 승인받은 기업은 전 세계 1623개뿐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아모레퍼시픽, 롯데칠성음료, KT&G,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15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기업이 둘 있으니, 누구보다 일찌감치 이름을 올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국내 8번째로 승인을 획득한 한온시스템이다. SBTi ‘2050 넷제로’ 승인을 받은 국내 15개 기업 중 두 개가 한국앤컴퍼니그룹이라는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81%의 지속 가능한 원료로 타이어를 제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81%의 지속 가능한 원료로 타이어를 제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앞서가는 한국앤컴퍼니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오래전부터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온 기업집단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2010년 지속 가능성을 경영 활동의 주요 가치로 내세웠고, ESG 관리 체계와 운영안을 마련한 바 있다. 2021년 이사회 안에 ESG 위원회를 만들었고, 2022년 ‘2050 탄소 중립 로드맵’을 수립하면서 글로벌 톱 수준의 ESG 경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23년 8월에는 국내 타이어 업계 최초로 SBTi로부터 2030 단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2050 넷제로’ 목표 승인을 획득함으로써 탄소 중립에 성큼 다가섰다.

한국타이어는 SBTi가 권고하는 기준에 맞춰 제품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직접 온실가스 배출(스코프 1)과 에너지 사용 등으로 인한 간접 온실가스 배출(스코프 2)의 총량을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6.2% 줄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가치 사슬Value Chain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스코프 3) 총량도 27.5%까지 줄이는 등 제품 생산과 주요 영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온실가스를 중장기적으로 감축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한국타이어의 혁신(ESG 에피소드 1) 영상.

참고로 SBTi의 목표 검증을 위한 탄소 배출 범위를 정의할 때 스코프Scope 1, 2, 3으로 구분한다. 스코프 1은 기업의 제조 공정 등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직접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다. 스코프 2는 사업을 위한 전력이나 스팀 등의 에너지 사용에 의해 간접적으로 유발되는 탄소 배출량이다. 스코프 3은 기업이 제조한 상품의 생애 주기는 물론 기업이 구매한 제품이나 서비스, 건물 등을 포괄해 모든 가치 사슬에서 발생하는 외부 배출량의 총합을 가리킨다.

한국타이어는 SBTi 승인 이전부터 지속적인 설비 고효율화와 저탄소 에너지 사용 등 온실가스 사용 절감 활동을 펼쳐왔다. 2018년에는 지속 가능한 천연고무 정책과 친환경 순환 경제 체제인 E.서클E.Circle을 선언했다. 이는 제품 전 과정에 재활용Recycle, 재생Renewable, 재사용Reuse, 감소Reduce를 적용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E.서클 기반의 지속 가능성 혁신 성과로는 2021년 세계 타이어 업계 최초로 바이오 오일과 폴리머의 ISCC PLUS 인증, 2024년 폐타이어에서 재활용한 카본블랙 3종에 대한 ISSC PLUS 인증 등이 있다. ISCC는 글로벌 친환경 국제 인증 제도International Sustainability & Carbon Certification다.

한국타이어의 지속가능성 여정: 원료부터 재활용까지, 타이어 선순환 체계(ESG 에피소드 2) 영상.

이처럼 실천적인 ESG 경영 덕에 한국타이어는 2023년 온실가스 원단위(tCO2/ton, 온실가스 배출량을 경제 활동 지표로 나눈 값)를 2021년 대비 약 2.7% 더 줄일 수 있었다. 다양한 지속 가능성 향상 활동 덕에 한국타이어는 SBTi뿐 아니라 글로벌 ESG 평가 기관들로부터 우수한 성적표를 받곤 한다. 예컨대 S&P 글로벌이 발표한 ‘인더스트리 어워즈Industry Awards 2022’에서 분야별 상위 1%의 기업에만 주어지는 최고 등급 ‘골드 클래스Gold Class’에 선정되면서 명실공히 ESG 경영 선도 기업의 위치를 굳혔다. 당시 자동차 부품 산업군 중 골드 클래스를 받은 기업은 전 세계에서 단 두 개뿐이었다.

한온시스템도 넷제로에 적극 대응하는 기업으로 손꼽을 수 있다. 자동차 열에너지 관리 솔루션으로 잘 알려진 한온시스템은 관련 업계 중 세계 2위 점유율을 자랑하며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를 포함해 전방위적인 열관리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2024년 S&P 글로벌의 ‘지속 가능 경영 연례보고서The Sustainability Yearbook’에 2년 연속 등재됐다. 앞서가는 기업답게 한온시스템 또한 2024년 11월에 2030 단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 넷제로’ 목표를 승인받았다.

한온시스템의 탄소 중립 이니셔티브 영상.

한온시스템은 SBTi 감축 목표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직접 배출(스코프 1)과 간접 배출(스코프 2)을 2019년 대비 각각 50% 줄일 예정이다. 또 구매한 제품 및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외부 배출(스코프 3)은 55% 감축할 계획이다. 나아가 2040년에는 스코프 1, 2, 3을 합친 총배출량을 90% 줄이고, 2050년에는 비로소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 순배출량 0을 달성해 넷제로 완성이라는 목표를 조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온시스템은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환경 경영에 힘쓰고 탄소 저감 및 저탄소 솔루션을 개발하며 탄소 중립 로드맵을 설정해 실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구를 지키는 것은 더 이상 내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늘의 문제다.

©GettyImagesKorea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파리 협정의 실천적 방법론으로 등장한 SBTi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돕고 이를 검증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넷제로 달성 목표 시기로 잡은 2050년이 머지않은 만큼 각국 정부를 비롯해 국제 사회는 기업의 넷제로 실천을 더욱 강하게 요구해올 것이다. SBTi 목표 승인을 획득한 기업은 이런 분위기에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하게 전개될 저탄소 · 탈탄소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SBTi와 기업의 협업으로 수립한 탄소 배출 감축 및 궁극적으로 ‘순 탄소 배출량 0’이라는 목표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지구가 더 뜨거워지지 않게 대책을 수립하고 실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야말로 내일이 아니라 오늘 당장을 살아가는 인류를 위한 중요한 활동이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민정
사진
Getty Images, Hankook Tire &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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