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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테크, 생산에서 유통까지

푸드 테크Food Tech의 역사는 인류 문명만큼이나 유구하다. 선사시대 불을 사용해 고기를 굽거나, 사냥은 물론 잡은 짐승을 손질하는 데 사용한 석기 역시 당대의 푸드 테크다. 인류가 영원히 연구 · 개선 · 발전시켜야 할 푸드 테크의 최근 움직임을 살펴보자.

©GettyImagesKorea

푸드 테크, 생산에서 유통까지

요리가 인류 진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진화생물학자이자 하버드대학교 교수인 리처드 랭엄의 주장이다. 그는 저서 <요리 본능>에서 인류 진화의 역사와 요리의 관계를 탐구한다. 그리고 요리 능력이 인간 진화에 중요한 발전이었노라고 주장한다.

요리 덕분에 인간이 음식에서 더 많은 영양소를 추출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초기 인류는 뇌가 커지고 이빨과 턱은 작아지는 등의 변화로 영장류와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요리함으로써 인류가 음식을 더 안전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으며, 음식을 더 쉽게 공유할 수 있어 사회적 유대와 문화의 발전을 촉진했다고 추론했다.

Hankook & Company – 사진은 영장류 해골과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합성한 이미지컷.
리처드 랭엄 교수는 190만 년 전 인류가 불을 이용해 요리하기 시작하면서 운명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사진은 영장류 해골과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합성한 이미지컷.

사실 요리의 세계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폭넓다. 단순히 식재료를 불 혹은 열에 익히는 정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보이지 않는 불’을 쓰는 경우도 모두 요리에 포함시킬 수 있다. 염장이나 훈제 등의 조리 기술 말이다. 어쩌면 이러한 기술이 불을 활용한 요리보다 인류의 진화에 더 큰 영향을 미쳤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덕분에 냉장 및 냉동 기술이 없었던 시절(인류 역사의 대부분)에 당장 먹지 않을 식재료를 장기 보존할 수 있게 되었고, 궁극적으로 랭엄이 주장하는 인류의 사회적 유대와 문화의 발전을 더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식품과 기술의 합성어인 ‘푸드 테크Food Tech’가 궁극적으로 인류의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요즘 부쩍 화제인 푸드 테크의 역사는 사실 길고도 깊다. 앞서 예로 든 염장이나 훈제 같은 보존 기술은 인류의 존재와 궤를 같이한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그런 가운데 19세기에 본격적인 푸드 테크가 출현했다.

Hankook & Company – 식품의 장기 보존을 가능케 하는 통조림 기술의 원류는 200여 년 전에 등장했다.
Hankook & Company – 식품의 장기 보존을 가능케 하는 통조림 기술의 원류는 200여 년 전에 등장했다.
Hankook & Company – 식품의 장기 보존을 가능케 하는 통조림 기술의 원류는 200여 년 전에 등장했다.
Hankook & Company – 식품의 장기 보존을 가능케 하는 통조림 기술의 원류는 200여 년 전에 등장했다.

식품의 장기 보존을 가능케 하는 통조림 기술의 원류는 200여 년 전에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통조림이다. 1795년 병사를 잘 먹여 질병을 예방하고 사기를 높이기 위해 프랑스군은 식재료의 장기 보존법을 일반에 공모했다. 식품을 유리병에 넣고 밀봉 · 가열하는 기법을 개발한 니콜라 아페르는 1806년 병조림 기술을 시연하고 1810년 1만2000프랑의 상금을 받았다. 병조림은 곧 통조림으로 진화해 오늘날까지도 식품의 장기 보존 및 원활한 유통에 공헌하고 있다.

그밖에도 20세기 들어 개발된 냉동 · 냉장 기술, 이를 응용해 인스턴트커피나 라면 건더기 등을 만드는 동결건조, 전자레인지나 인덕션 전기레인지 등의 기구도 인류의 발전에 공헌한 푸드 테크다. 그런 가운데 오늘날에는 4차산업 기술의 적극 가담으로 푸드 테크의 폭이 몇 갑절 더 넓어졌다. 식품의 생산 · 가공 · 포장 그리고 유통 및 소비 전반에 4차산업 기술을 적용, 새로운 산업과 부가가치가 창조되고 있다. 그만큼 푸드 테크라는 용어의 적용 범위는 굉장히 넓다.

Hankook & Company – 분자 기술을 기반으로 물, 알코올, 탄산, 설탕 등의 기본 재료와 향료 카트리지를 내장해 원하는 음료를 즉석에서 뽑아준다는 개념으로 소개된 카나 원.
분자 기술을 기반으로 물, 알코올, 탄산, 설탕 등의 기본 재료와 향료 카트리지를 내장해 원하는 음료를 즉석에서 뽑아준다는 개념으로 소개된 카나 원.

일단 ‘로봇 요리사’(또는 조리 도구)를 비롯해 서빙 로봇, 대체육 제조 등의 하이테크 분야를 떠올릴 수 있다. 모든 음료의 95%가 물이라는 데 착안해 맛과 향을 가미함으로써 원하는 마실 것을 맞춤 제조해주는 ‘분자 음료 프린터’로서 개발되는 카나 원Cana One 같은 새로운 기기도 여기 속한다. 한편 이미 존재하는 산업을 IT 기술로 연계해주는 식재료나 밀키트 배달,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맛집을 추천해주고 예약을 대행해주는 O2O(Online to Offline)도 푸드 테크에 포함된다. 이처럼 폭넓은 푸드 테크의 몇몇 분야와 선두 주자의 면모를 살펴보자.

식물성
대체육

압출성형 등의 공정으로 맛과 질감은 물론 생김새마저 육류와 흡사한 식물성 식재료를 만드는 기술이다. 현재 대체육 시장은 비욘드 미트Beyond Meat와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의 양강구도다. 비욘드 미트는 2009년 미국의 이선 브라운이 설립한 대체육 제조 기업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자 미주리대 교수 푸훙셰와 해롤드 허프의 기술을 라이선스로 받아와 2012년 고급 슈퍼마켓 홀푸드를 통해 대체육 치킨 스트립을 시판했다. 현재는 쌀과 완두콩을 활용해 생산한 대체육을 KFC, 서브웨이, 칼스 주니어, 던킨 도너츠 등의 프랜차이즈와 테스코, 홀푸드, 세이프웨이 등의 도소매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비욘드 소세지, 비프, 비프 크럼블(간 고기), 저키(육포) 등이 주요 제품이다.

임파서블 푸드는 2011년 미국 스탠포드대 생화학과 교수 패트릭 브라운이 창립했다. 콩 뿌리에서 추출한 레그헤모글로빈 유전자를 활용해 생산한 헴Heme에 맛과 향을 가미해 대체육을 만든다. 2016년 버거킹과 함께 회사의 첫 제품인 임파서블 버거를 출시한 이래 임파서블 소시지, 치킨 너겟, 미트볼, 포크 등을 생산하고 있다. 헴은 임파서블 푸드의 핵심 성분이지만 유전자 변형 기술GMO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GMO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중국과 유럽 시장에는 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임파서블 푸드는 월마트, 크로거를 포함한 2만 곳 이상의 식료품점과 버거킹, 디즈니 월드를 포함한 4만여 곳의 레스토랑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Hankook & Company – 비욘드 미트는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코코넛 오일, 감자 전분, 비트 즙 등의 재료를 조합해 소고기의 맛과 색, 질감을 모사하는 데 성공했다
Hankook & Company – 지난해 가을 출시한 신제품 ‘비욘드 스테이크’
비욘드 미트는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코코넛 오일, 감자 전분, 비트 즙 등의 재료를 조합해 소고기의 맛과 색, 질감을 모사하는 데 성공했다(위). 지난해 가을 출시한 신제품 ‘비욘드 스테이크’(아래).

배양육

동물의 세포를 공장에서 배양해 식재료를 만들어낸다는 데서 식물성 대체육과 다르다. 생물, 특히 동물을 번식시켜 상품 가치를 띠는 수준까지 사육하는 데는 엄청난 자원이 소모된다. 사육에 쓰이는 물과 사료 같은 직접 자원이야 말할 것도 없고, 분뇨 같은 부산물 처리에 드는 시설 유지도 만만치 않다. 거기에다가 방귀나 트림으로 배출되는 메탄가스가 대기에 미치는 악영향, 도축을 비롯한 가공 및 유통에 동원되는 화석연료까지 전부 감안한다면 육류 소비의 탄소 발자국은 엄청나게 크다.

영국의 온실가스 데이터 분석 단체 카본브리프CarbonBrief에 의하면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60kg의 탄소가 발생해 독보적이다. 같은 기준으로 양은 24kg, 돼지는 7kg,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는 6kg 수준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연구실에서 육류를 배양할 수 있다면 생산의 많은 단계를 건너뛸 수 있고, 그만큼 탄소 발자국이 줄어드니 환경에 이득이다.

배양육의 선두 주자는 업사이드 푸드Upside Foods(기존 멤피스 미트)와 모사 미트Mosa Meat다. 미국의 업사이드 푸드는 소, 닭, 돼지의 배양육 원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빌 게이츠와 리처드 브론슨의 투자를 받았다. 한편 모사 미트는 네덜란드의 스타트업으로 2016년 설립되었으며, 타이슨 푸드나 벨 푸드 그룹 같은 대규모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현재 상용화에 매진하고 있다.

Hankook & Company – 고기 세포를 배양해 식용육을 생산하는 업사이드 푸드의 배양실
Hankook & Company – 고기 세포를 배양해 식용육을 생산하는 업사이드 푸드의 미트볼 제품
고기 세포를 배양해 식용육을 생산하는 업사이드 푸드의 배양실(위)과 미트볼 제품(아래).

실내
농업

미국의 브라이트팜스BrightFarms나 플렌티Plenty 같은 기업들이 수직 농업 등의 혁신적 기술을 통해 도시 환경 속에서도 과채류를 재배할 길을 찾고 있다. 뉴욕에서 2011년 설립된 브라이트팜스는 물과 영양소를 재활용하는 수경 재배 농장을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오하이오, 일리노이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한편 플렌티는 2013년 설립되어 개선된 광원, 환경 관리 등으로 통상적인 농지에 비해 물은 95%, 땅은 99% 덜 쓰는 농업을 추구하고 있다. 제초제나 살충제로부터 자유로운 건 덤이다. 현재 미국의 일부 식품점에 녹채류를 납품하고 있다.

노천 경작지에 비해 잘 통제된 환경에서 더욱 고밀도로 재배할 수 있는 실내 수직 농업.

신선도
유지

식품의 유통기한을 좀 더 길게 늘릴 수는 없을까? 신선 과학Freshness Science의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블루존Bluezone Products이다. 2006년, 해외 파견지에 과채류 수송을 좀 더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미군의 위탁을 받아 블루존이 개발한 기술은 과채류의 숙성에 영향을 미치는 에틸렌을 공기 중에서 제거해 유통기한을 늘려준다. 그밖에 공기 성분과 온도를 감지해 식품의 신선도 모니터링을 실시간으로 가능케 해주는 센서, 재고 관리와 식품 안전에 초점을 맞추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한다.

한편 에이필 사이언스Apeel Science는 식품의 유통기한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천연 식물성 코팅을 개발했다. 과일과 채소의 껍질, 씨앗 등에서 추출한 재료로 조성된 코팅제는 수분 손실과 산화작용의 속도를 늦추는 장벽을 형성해 농산물을 더 싱싱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12년 미국의 제임스 로저스가 설립한 에이필의 기술은 냉장 또는 보존제 없이 아보카도 등 과채류의 유통기한을 2~3배 연장해준다. 이미 코스트코, 크로거, 월마트 등 대형 슈퍼마켓 프랜차이즈에서 에이필의 코팅을 채택하고 있다.

Hankook & Company – 블루존과 에이필은 과일과 채소의 공급망 전체에서 신선도를 유지해 유통기한을 늘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블루존과 에이필은 과일과 채소의 공급망 전체에서 신선도를 유지해 유통기한을 늘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정밀
농업

식량 문제는 극단적이다. 너무 먹어서 탈인 경우도 많지만 먹지 않고 버려지는 식재료도 많다. 개별 가정에서만 관리를 잘 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잘못된 수요 예측 등으로 생산지에서 아예 수확조차 하지 않고 버려지는 식재료도 우리가 모를 뿐이지 많다. 수확해봐야 되려 적자가 나기 때문에 차라리 밭을 갈아 엎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을 정밀 농업이 타개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과 센서 기술을 통해 수확량을 최적화하는 한편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다. 예측의 오차를 줄여 파종과 재배, 수확 등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목표다.

정밀 농업의 선두주자는 클라이밋 코퍼레이션The Climate Corporation과 어그리블Agrible, 파머스 에지Farmers Edge 등이다. 클라이밋과 어그리블은 각각 2006년과 2012년 설립된 미국 기업으로 전자는 농부의 위기관리, 수확량 최적화, 더 나은 의사 결정을 위한 디지털 도구와 데이터 분석에 집중한다. 예컨대 ’클라이밋 필드 뷰’는 날씨, 토양 수분, 작물 생장 등의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하는 디지털 서비스다. 한편 어그리블은 최선의 농장 운영과 환경 영향 최소화를 위한 날씨 모니터링, 토양 상태 분석, 수확량 모델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5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파머스 에지 역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시인의 눈에 띄지는 않지만 당연하게도 최신 기술은 농촌에도 스며들고 있다. 자율주행 트랙터가 대규모 밀밭에 파종하는 가상의 영상.

음식물
폐기
감소

여러 갈래로 묘안을 발휘해 먹지 않고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일 수 있다. 투굿투고Too Good To Go라는 앱은 레스토랑이나 슈퍼마켓에서 남은 음식이나 식재료를 소비자와 연결시켜 폐기될 수 있는 음식물에게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준다. 앱에 가입해 주문을 넣고 해당 시간에 음식을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데, 다만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미리 밝히지 않는다. 덴마크에서 같은 이름의 스타트업이 2016년 개발했으며 현재 미국을 포함한 15개국에서 쓸 수 있다.

Hankook & Company – 에코로보틱스의 정밀 제초기 ARA(위)는 영상을 인식해 정확하게 잡초에만 제초제를 뿌린다(아래).
버려질 위기의 식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게 하는 투굿투고 앱.

밀키트
배달

과도한 포장재의 낭비만 줄일 수 있다면 밀키트는 외식과 가정 요리의 중간 단계로서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해법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이나 헬로프레시HelloFresh가 있다. 블루 에이프런은 2012년 뉴욕시에서 출범한 스타트업이다. 이용자가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집에서 쉽고 저렴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가공 및 소분한 재료와 단계별 요리법을 배송하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 환경친화적인 농장 등에서 식재료를 직접 구매하는 한편, 요리 팀은 생산자와 협력해 재료를 살려주는 제철 메뉴를 짠다. 헬로프레시는 2011년 독일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블루 에이프런과 여러모로 흡사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Hankook & Company – 헬로프레시 밀키트 메뉴로 구성한 식탁.
헬로프레시 밀키트 메뉴로 구성한 식탁.

식료품
배송

앱과 같은 디지털 도구를 통해 온라인 식품 구매를 더욱 쉽고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기술 또한 푸드 테크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인스타카트Instacart와 십트Shipt가 있다. 인스타카트는 2012년 미국에서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캐나다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앱 또는 웹사이트를 통해 쇼핑하고 수령 방법과 시간을 선택한 후 결제를 진행하면 구매를 대행해 해당 주소로 배달해준다. 코로나19 팬데믹 환경 속에서 매출이 두 배나 성장하는 등 상승세를 탔다. 십트는 또한 2014년 미국에서 설립된 회원제 서비스다. 연 99달러 또는 월 14달러의 요금을 내고 가입하며, 구매 건당 배송비는 별도다. 인스타카트와 같은 원리로 운영되며 2017년 대형 유통사 타겟에 인수됐다.

아직은
태동기에
불과

당연한 얘기지만 위에서 언급한 회사가 전부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식품 · 농업 · 유통 등의 분야에서 기존의 강자들과 수많은 스타트업이 거대한 시장(또는 더 나은 인류의 미래)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푸드 테크는 너나없이 혁신적인 가운데 장점은 물론 단점도 갖고 있다.

앞서의 내용과 동어 반복이지만 일단 긍정적인 면은 식품을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낭비도 줄일 수 있는 가운데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선택지의 증가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를테면 식물성 대체육과 배양육은 탄소 발자국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실내 농업은 기존 농업의 제초제나 살충제 사용으로부터 자유로워 식품 안전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식재료를 밀키트로 받아 조리해 먹거나 앱으로 간편하게 구매해 좀 더 건강한 식생활에 접근할 수 있다.

Hankook & Company – 푸드 테크는 식재료 생산과 대체, 가공, 유통, 조리의 모든 과정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푸드 테크는 식재료 생산과 대체, 가공, 유통, 조리의 모든 과정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생각만 해도 희망적인 그림이지만 모든 미래가 그렇듯 푸드 테크 또한 다 장밋빛인 건 아니다. 일단 많은 기술이 상용화되거나 실용적인 수준으로 발달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배양육은 아직까지 상용화 및 대량 생산의 단계에 접어들지 못했다. 식물성 대체육은 상용화되었지만 여전히 너무 비싸다. 한편 새롭게 개발된 식재료들이 장기적으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일반 육류 같은 통상적인 식재료는 이미 오랜 기간 인류가 섭취해오며 건강에 미치는 좋고 나쁜 영향에 대해 속속들이 밝혀졌다.

반면 식물성 대체육 등은 이제 갓 시장에 등장한 식재료로서 장기적인 영향은 미지수다. 식물성 식재료지만 사실 고도의 가공식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 이미 기업공개를 통해 주식이 거래되고 있는 비욘드 미트의 주가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거듭된 노출을 통해 푸드 테크의 산물이 예상보다 매력적이지 않았음을 소비자가 발견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모든 기술의 발전이 어쩌면 불가피하게 전통적인 식품 산업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이용재
사진
Getty Images, Cana, Beyond Meat, Upside Foods, Too Good To Go, HelloFr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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