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한국 최초의 자동차용 타이어 회사가 태동했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아름드리 나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지속가능 경영 평가를 받아온 한국앤컴퍼니와 같은 해 설립돼 올해로 80주년 생일상을 함께 받은 동갑내기 기업들을 찾아봤다.
80주년 맞이한 동갑내기들
한국앤컴퍼니가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1941년 조선다이야공업으로 출범한 이래 해방과 한국전쟁을 포함한 시대적인 어려움을 기술에 대한 열정으로 극복한, 한국 최초의 자동차 타이어 회사다. 대한민국 현대 산업사産業史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며 ‘한강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한국의 발전을 함께 일궈온 한국앤컴퍼니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회공헌, 윤리경영, 환경경영 등의 기업 활동을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관리하며 최상위 수준의 ESG 경쟁력을 갖춰왔다.
예컨대,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세계 최고 권위의 지속가능성 평가 지수인 ‘다우존스 지속가능 경영지수 월드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 World’에 5년 연속 편입되는 위업을 달성했다. 특히 자동차 부품 산업Auto Components에서는 아시아 기업 중 유일하게 ‘2020 DJSI 월드’에 선정되며 글로벌 최상위 클래스임을 인증했다.
80 Years of Innovation
기업(법인)이 사람(자연인)과 같고 또 다른 점이 여러 가지 있는데,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수명에 대한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영속Everlasting 가능하다. 사람의 나이 80세와 달리 기업의 80년은 한창 활달한 시기에 해당할 수 있다. 공신력 있는 지속가능성 평가를 바탕으로 추론하건대 앞으로도 여전히 청년기를 유지할 한국앤컴퍼니의 80주년을 맞아, 세계의 동갑내기 기업으로는 어떤 곳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유명한 럭셔리 패션 브랜드 코치Coach New York는 1941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워크숍으로 시작했다. 여섯 명의 장인이 세운 목표는 단순했다: 최고급 가죽을 현대적인 형태로 다듬어 아름답고 기능적인 물건을 만든다. 그로부터 80년, 코치는 가죽 제품 및 액세서리 분야의 선구자로서 미국 고유의 가죽 공방Original American House of Leather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오늘날 가죽 제품뿐 아니라 의류와 신발까지 생산하는 코치는 2010년대 들어 미국의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과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를 인수한 이후 사명을 코치Coach, Inc.에서 태피스트리Tapestry, Inc.로 변경했다. 지난 80년간 지속해온 혁신 정신과 함께 풍부한 유산에서 영감을 얻는 코치는 전 세계적으로 1만 37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직영 매장 수만 해도 960개가 넘는다.
뉴욕에는 올해 80주년을 맞이한 또 다른 유명한 회사가 있다. 약칭 S&P로 더 잘 알려진 S&P 글로벌 레이팅스S&P Global Ratings다. 세계 최대 신용평가사인 S&P는 사실 1860년부터 미국의 철도 산업 투자자를 위해 가이드북을 발행하기 시작한 푸어스Poor’s Publishing, 그리고 다른 일반 기업의 재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1906년 설립된 스탠더드Standard Statistics Bureau에 뿌리를 두고 있다. 푸어스와 스탠더드는 1941년 합병을 통해 스탠더드앤푸어스Standard & Poor’s Corp.로 거듭났고, 이때부터 S&P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다.
S&P는 1966년에 맥그로힐McGraw-Hill Companies에 인수됐는데, 이 회사 역시 1888년 사업을 시작한 맥그로McGraw Publishing Company와 1902년 태동한 힐Hill Publishing Company이 1909년 합병해 탄생한 출판사로, 산업 정보는 물론 일반 서적 및 교재 등의 분야를 아울렀다. 나중에는 교재 출판을 넘어선 교육 사업, 그리고 잡지와 방송을 포함한 언론 부문까지 진출했던 맥그로힐은 2010년대 들어 신용평가를 위시한 산업 및 금융 정보 부문에 집중하기로 했다. TV와 교육 등의 부문은 매각하거나 분사하고 2013년 회사 이름도 맥그로힐 파이낸셜McGraw–Hill Financial로 바꿨다.
맥그로힐 파이낸셜은 2016년에 다시 한 번 이름을 바꿨는데, 그게 바로 S&P 글로벌S&P Global Inc.이다. S&P 글로벌은 지주사로서 산하에 4개의 사업 부문을 운영하는 자회사를 두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회사가 국제 신용평가사인 S&P 글로벌 레이팅스다. 다른 자회사로는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S&P 다우존스 인디시즈S&P Dow Jones Indices, S&P 글로벌 플래츠S&P Global Platts가 있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DJSI는 S&P 다우존스 인디시즈가 스위스의 투자 정보 회사 로베코샘RobecoSAM과 협업해 발표하는 다우존스 지속가능 경영지수다.
이처럼 복잡한 인수 · 합병과 개명을 거쳐 오늘날 S&P 글로벌을 구성하는 여러 갈래의 뿌리는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모회사부터가 맥그로힐 대신 S&P라는 이름을 사용할 정도로 가장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발휘하는 것은 결국 1941년 출범한 스탠더드앤푸어스다. S&P는 오늘날 개별 기업은 물론 국가의 신용등급까지 발표하는 등 경제 전반의 바로미터Barometer를 만들어내는 회사다.
회사 이름을 고스란히 남긴 S&P와는 다른 경우도 있다. 1941년 설립된 미국의 퍼시픽항공Pacific Air Lines은 서해안 지역에서 활동한 항공사다(1991년 베트남에서 설립된 저비용 항공사LCC 퍼시픽항공Pacific Airlines과는 다른 회사다). 캘리포니아의 중소 도시들을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 연결하며 할리우드 영화 산업과 함께 성장해 나중에는 포틀랜드와 라스베이거스, 리노까지 노선을 확대했다.
1968년 퍼시픽항공은 다른 두 개의 지역 항공사 보난자항공Bonanza Air Lines 및 웨스트코스트항공West Coast Airlines과 합병해 에어웨스트Air West로 몸집을 불렸다. 1970년에는 거물 사업가 하워드 휴즈에게 인수돼 휴즈에어웨스트Hughes Airwest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980년에는 리퍼블릭항공Republic Airlines에 인수됐고, 리퍼블릭은 1986년 노스웨스트항공Northwest Airlines에 인수됐다. 노스웨스트는 2010년 델타항공Delta Air Lines과 합병하며 세계 최대의 항공사를 낳았다.
각각 1925년과 1926년 설립된 델타와 노스웨스트는 이외에도 여러 항공사를 인수하며 성장했다. 미국에서는 자동차업계가 그랬던 것처럼 항공업계에서도 수많은 회사들이 난립했다가 몇몇 거대 회사로 정리되는 양상을 겪었다. 이처럼 80년 전에 탄생한 퍼시픽항공을 비롯한 수많은 항공사가 오늘날 델타 여객기의 커다란 날개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월트 디즈니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Disney+’가 한국에 진출할 것이라는 소식으로 뜨거운데, 지금의 디즈니를 있게 한 주역 중 하나는 1937년 월트 디즈니가 개봉한 세계 최초의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다. 당시 제작 과정에서 만들어진 20점의 스케치가 80년 후인 2017년 뉴욕의 스완갤러리Swann Auction Galleries에서 진행한 경매에 출품됐다. 2021년 현재 80주년을 맞이한 스완갤러리는 고서적, 악보, 지도, 사진과 그림 등을 주로 다루는 인쇄물 전문 경매 회사다.
미국 모터스포츠의 대명사 나스카NASCAR의 탄생에는 지금으로부터 80년 전 개업한 호텔이 산파 역할을 했다. 1941년 플로리다 데이토나 비치에서 문을 연 스트림라인 호텔Streamline Hotel이다. 1947년 일명 빅 빌Big Bill(William Henry Getty France)이라는 사업가이자 레이싱 드라이버를 위시해 여러 드라이버와 프로모터가 이 호텔의 옥상 바에 모여 새로운 자동차 경주를 구상했다. 그들은 이듬해 미국 스톡카 경주협회National Association for Stock Car Auto Racing를 설립했다. 나스카의 발상지 스트림라인 호텔은 그 역사를 보존한 채 지금도 영업 중이다.
천장 드릴링을 간편하게 수행할 수 있는 힐티 제이봇Jaibot.
산업용 공구로 명성을 쌓은 힐티Hilti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작은 나라 리히텐슈타인의 회사다. 서울의 약 4분의 1 크기인 리히텐슈타인의 인구가 4만 명이 채 안 되는데, 전 세계 120개국에서 힐티가 고용한 직원의 수가 거의 3만 명에 육박한다고. 힐티는 1941년 마틴 힐티Martin Hilti와 유겐Eugen 형제가 창업한 기계 공방으로 시작했다. 튼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전동공구를 비롯해 앵커링 시스템Anchoring System과 소방, 설비 등의 건설 · 건축 부문에서 활약하는 힐티는 최근 로보틱스를 이용한 드릴링 머신과 산업용 외골격Exoskeleton 등의 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어려운 이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TKE 덕분에 잘 알려진, 독일의 티센크루프Thyssenkrupp는 각각 1867년과 1811년 사업을 시작한 철강 및 군수 회사 티센과 크루프가 합병해 1991년 탄생한 대기업이다(특히 크루프는 근대적인 기업의 형태로 출범하기 200여 년 전부터 군수품을 제조해온 유서 깊은 가문이다). 철강과 기계 등의 중공업을 비롯해 환경 서비스 · 엔지니어링 부문을 포괄하는 티센크루프는 방금 언급한 TKE와 같은 자회사를 여럿 거느리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름처럼 스티어링 칼럼 및 기어를 공급하는 자동차 부품 회사 티센크루프 스티어링Thyssenkrupp Steering이다. 이 회사는 본래 1941년 리히텐슈타인 에셴에서 창업한 기계 제조사인 프레스 운트 스탄츠베르크Press- und Stanzwerk를 1991년 크루프가 인수한 것. 물론 티센크루프는 자동차 부문에서 조향 장치만 생산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자회사들을 통해 액슬과 캠샤프트를 포함한 다양한 부품, 그리고 섀시와 차체를 제조할 수 있는 설비도 공급한다.
이탈리아에는 올해 80주년을 맞이한 라디치그룹RadiciGroup이라는 회사가 있다. 1941년 피에트로 라디치Pietro Radici가 설립한 섬유 회사로, 지금은 합성섬유와 다양한 고분자 화합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이탈리아 세리에 A 리그에서 2020-21 시즌 3위에 오른 아탈란타 팀Atalanta Bergamasca Calcio의 메인 스폰서다. 축구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탈란타 팀의 유니폼에 새겨진 라디치그룹의 로고가 낯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 회사의 고성능 폴리머 부문은 최근 전기차 트렌드에 부응해 다양한 하우징과 프레임, 배터리 홀더 등의 부품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영국에서 1941년 창업한 회사로는 콤파스 그룹Compass Group이 가장 크고 유명하다. 세계 최대 급식업체인 콤파스 그룹은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기업과 공장, 학교, 정부 기관, 공항, 철도, 쇼핑몰 등의 상설 공간은 물론 스포츠, 레저, 이벤트 장소 등의 가설 공간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지역적으로 구분된 4개 부문(영국 · 아일랜드, 유럽, 북미, 기타 지역)으로 사업을 운영하며 설비 관리 및 호스피탤리티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2020년 매출이 254억 달러가 넘는 콤파스 그룹은 <포춘>지가 선정하는 글로벌 500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카메라 필터와 안경 렌즈로 유명한 광학 기업 호야도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카메라에 필름을 넣던 시절에 ‘사진 좀 찍는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렌즈를 바꿔 끼울 수 있는 일안반사식SLR 카메라 하나쯤은 갖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여러 개의 렌즈와 렌즈 구경에 맞는 UV 필터도 각각 보유하곤 했다. 물론 지금도 DSLR 사용자라면 여전히 렌즈 앞에 끼우는 필터가 익숙할 테고. 카메라 필터로 가장 널리 애용된 브랜드가 호야Hoya다.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안경용 렌즈 회사로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여전히 왕성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호야는 1941년 일본에서 쇼이치 야마나카Shoichi Yamanaka와 시게루Shigeru 형제가 창립한 광학 기업으로, 처음에는 안경 렌즈와 크리스털 잔 같은 유리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였다. 첨단 기술에 관심이 많은 호야는 1990년대 IBM과 함께 차세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를 위한 유리 디스크도 개발했고 2017년에는 문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는Text to Speech 소프트웨어 기업 리드스피커ReadSpeaker를 인수했다. 올해로 80주년을 맞이한 호야의 주력 사업은 안경 렌즈와 콘택트렌즈 등의 헬스케어, 카메라 필터로 대표되는 이미징, 수술용 장비 등의 메디컬, 그리고 LCD용 포토마스크Photomask를 비롯한 전자 · IT 부문이다.
민간 항공 산업은 유럽과 미국에서 먼저 성장했는데 그조차도 100년 남짓한 역사에 불과하다. 항공기 자체를 개발하기 위한 과정을 포함해 군사적인 목적과 모험 · 탐험 및 우편을 위한 비행이 먼저 시도됐고, 1910년대 후반부터는 승객 운송도 시작되어 1920년대에는 민간 항공사가 속속 등장하며 상업 비행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됐다. 해당 시기 대부분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y이었던 아시아에서는 더 늦게 시작됐다.
1932년 설립된 타타항공Tata Airlines을 전신으로 하는 에어인디아Air India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항공사인 필리핀항공Philippine Airlines은 1941년 태동했다. 흥미로운 것은 타타항공은 처음에 우편물을 실어 날랐기 때문에 아시아 최초의 상업 비행은 올해로 80주년을 맞은 필리핀항공을 효시로 본다. 필리핀항공은 현재 인천-마닐라 · 세부 · 클락과 부산-마닐라의 한국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